2016-하계 필리핀 해외봉사 활동수기(황하준)

작성자
참사람봉사단
작성일
2016-09-13 10:29
조회
568
시련의 다른 말은 발전이었다.

인생의 갈림길에 서게 되면 스스로에게 묻는 두 가지 질문이 있다. 하나는 ‘내가 지금 가고자 하는 곳이 어디인가?’ 와 다른 하나는 ‘그 곳으로 가려면 어떤 길로 가야하는가?’ 이다. 가고자 하는 곳이 분명하지는 않지만 분명한 것은 공익을 위한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곳으로 가기 위해 해외봉사라는 심장이 뜨거워지는 일에 도전했다.

낯을 가리는 성격인지라 시작부터 사람들과 친해지는데 있어서 어려움이 많았다. 교육조장이라는 직책을 맡게 되어 조원들과 팀원들을 챙겨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서 그랬는지 몸은 안에 있지만 마음이 겉으로 나도는 듯한 느낌을 많이 느꼈었다. 스스로 멘탈이 강하다고 자부했지만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그 때, 적극적으로 도와준 우리 교육조원들 덕분에 교육활동들이 체계화되는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고 프로그램에 관한 과장님과의 협의도 차질 없이 진행되었다. 힘들어도 내색을 잘 하지 않고 욕심이 많아서 도와달라는 말을 잘 하지 않는데 꼭 필요한 순간에 손을 내밀어준 조원들에 다시 한 번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과장님께서 사전에 말씀하셨지만 현지에 도착한 뒤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에서 많은 부분에 변동사항이 생겼다. 노력봉사 장소가 협소한 공간인 화장실로 한정되어 많은 인원이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A, B조로 나뉘어 노력봉사와 교육봉사를 동시에 진행하게 되었다. 또, 교육인원이 한국에서 파악된 것과 사뭇 달랐고, 교육일정도 바뀌는 등 여러모로 팀원들이 혼란스러워했다. 여기서 교육조장으로서 현지사람들과 과장님, 팀원들, 조원들 사이에서 의견을 조율하는 역할이 결코 쉽지 않았던 일 중에 하나였다. 우리가 준비해온 것과 현지 사람이 원하는 것 사이에 작은 의견 차이에 대해서도 매일 우리 숙소와 이사장님 숙소를 오가며 묻고 이야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놓친 미비된 물품들을 늦은 시간에 구해달라고 하는 등 여러모로 꼼꼼하지 못했던 스스로를 책망하기도 하고 오히려 그런 상황들을 부정하지 않으려 애썼다. ‘시련을 주는 것들에도 감사하자. 시련은 곧 발전이니까’를 매일 밤하늘의 별을 보며 되뇌였다.

첫 교육봉사는 깔랍누간 초등학교에서 진행되었다. 작은 건물 안, 낡은 책상에 다닥다닥 붙어서 앉아 있는 아이들과 교실 안에 있는 안타까운 화장실 상태를 보니 내가 얼마나 좋은 환경에서 자라왔는지 또, 그것을 몰랐던 것에 다시 부끄러워졌다. 무엇보다, 먹고 사는 것에 급급하니 교육의 기회 또한 평등하게 받지 못하는 것에 너무 안타까웠다. 공부로 꿈을 펼치고 나아가 세상을 바꿔나가야 할 아이들이 그저 한없이 착하고 순수하기만 한 모습에 마음이 씁쓸했다.

아주 당연한 듯이 생각했던 우리나라의 교육 시스템과 환경이 결코 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국가에 대한 감사함과 자부심으로 임할 수 있었다.

교육봉사는 총 4일간 진행되었는데, 매일 교육조 회의와 전체회의를 거쳐 부족한 점을 수정하고 보완할 점을 반영했다. 점진적으로 다음 일정에서 완성된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고 아가피아 국제학교에서의 활동들은 그간의 고생들이 고스란히 녹여진 듯한 모습에 처음으로 스스로가 뿌듯해졌다. 양치질교육과 율동교육을 진행하는 모습에서 아이들의 웃음이 끊이질 않았고, 종이접기를 신기해하며 행여나 과정을 놓칠세라 집중하는 모습에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 싶었고, 나눠준 티셔츠에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 모습에서는 사소한 것에도 즐거워하고 고마워하며 열중하는 모습에 나 스스로가 작아지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실리만대학생들과의 교류에서는 모든 학생과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지만 일정 중간에 틈틈이 무엇을 공부하는지, 나아가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싶은 지에 대해서 묻고 답했다. Claira와 Kate, Kimchi, Gold 모두 필리핀 사회와 복지의 발전을 위해서 다방면의 분야에서 역할을 하고 싶다고 했다. 당연하게 생각했던 우리나라의 모습이 실리만대학생들과 같은 훌륭한 인재들 덕분이었다는 생각에 또 한 번 감사함을 느꼈다. 인턴쉽의 바쁜 일정에도 봉사활동에 임해주고 마지막 로빈슨 백화점 문화공연에도 와준 그들에게 너무 고맙고 더 많은 것을 함께 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 인연이었다.

주어진 봉사일정들을 정신없이 바쁘게 마치고 나서야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지 생각해볼 여유가 생겼다. 성격상 사람들과 두루 어울리는 것이 스스로 중심을 잃는 것 같아서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5월 말부터 두 달이 넘는 시간동안 팀원들을 매일 보면서 한 사람마다 배울 점이 있다는 것에 사람과 인연의 중요함에 대해서 다시 깨닫게 되었다. 봉사단 일정이 종료되고 우리는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지만 마음 깊이 동참 9기의 뜨거웠던 추억을 간직할 것이고 값진 경험을 통한 자부심 덕분에 지금껏 경험해본 단체들보다도 단단할 수 있을 것 같다.

항상 살다보면 선택에 있어서 신중한 탓에 결과를 저울질을 하는데 봉사단에 이름을 올리고 나서도 그랬다. ‘다른 선택을 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거의 매일 밤 집으로 가는 길에 마음속에는 후회 반, 걱정 반으로 시선은 땅바닥에 고꾸라졌다. 집 근처 냇가를 거닐며 ‘결과를 사전에 판단하지 말자. 전력을 다하면 그것이 곧 결과인 것이다.’라며 스스로를 믿고 하루를 버텼다. 정신없는 일정을 마치고 수기를 쓰는 중에도 느끼지만 대학생활 중 가장 값진 경험이었고 스스로 더 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결과를 생각하며 일하지 말자. 결과는 주어지는 것이지 내 힘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끝으로, 현지에서 원활하게 일정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 주신 이사장님, 인혜쌤께 너무 감사드리고, 못난 9기 다그쳐가며 끝까지 책임져주신 단장님, 과장님께 말로써 충분하지 않을 정도로 감사하다. 그리고 우리 교육조원이자 팀장인 대열이! 항상 팀원들 생각하면서 고민하는 모습 옆에서 지켜보면서도 많이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고맙다. 민승, 나경, 지혜, 다혜, 지완 교육조 인원들 특히 많이 도와줘서 고맙고, 교육 프로그램 차질 없이 진행해준 우리 9기 모두 정말 고맙다. 2016년 날씨보다 심장이 뜨거웠던 여름, 길이길이 추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