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하계 필리핀 해외봉사 활동수기(이나경)

작성자
참사람봉사단
작성일
2016-09-13 10:19
조회
310
무더운 여름, 뜨거웠던 우리의 추억

처음 동참 9기를 만난 OT 날인 5월 19일부터 모두와 함께했던 3개월 정도의 시간들은 나에게 보람찬 방학을 만들어주었다. 평소에는 종강을 하면 고향집에 내려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뒹굴 거리고 있을 나였지만, 해외봉사 준비 덕분에 좀 더 바쁜 6월, 7월을 보냈던 것 같다. 교육조원으로 담당했던 종이컵인형 만들기, 팀별 문화교류 공연 연습, 태권도 품새 시범까지 생각보다 내가 참여할 수 있는 일들이 많았다. 그랬기 때문에 보다 더 알찬 준비 기간이 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눈 깜짝할 사이에 2달 정도의 준비 기간이 흘러 우리는 단체 짐을 패킹했고, 7월 25일 드디어 출국을 하게 되었다. 인천공항에서 단체 짐을 보낼 때까지만 해도 내가 해외봉사를 하러 필리핀에 간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함께 있는 사람들과 필리핀이 아니라 강의실에서 춤 연습을 할 것만 같았고, 연습 후에는 뒤풀이를 하러 갈 것만 같았다. 조금은 불편한 청바지에 단체복을 입고 두근거리는 마음을 애써 숨긴 채 필리핀으로 향했다.

5시간 정도의 비행 끝에 도착한 필리핀은 비가 조금씩 내렸고 처음 경험해보는 습한 기운 때문에 피로가 밀려왔다. 세부 공항에서 단체 짐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었지만 다들 힘들다는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우리가 머물 숙소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밤새 버스를 타고 달려 도착한 숭실 아가피아 국제학교는 내가 상상했던 필리핀의 모습을 한껏 보여주고 있었다. 아가피아에 도착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우리의 봉사활동은 두마게티의 실리만 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학생들과 함께 두 팀으로 나눠 진행되었다. 5일 정도 Calabnugan 초등학교에 화장실 신축 공사를 진행하면서 쓰레기를 줍고 시멘트를 옮기고 벽화를 그리고 페인트칠하면서 어지러움을 유발하는 뜨거운 날씨와 작은 공사장 안에서 흩날리는 먼지들 때문에 힘든 점도 물론 있었다. 하지만 내가 현지 아이들과 선생님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있다는 점에 감사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을 꼽으라면 당연히 벽화 작업이지 않을까싶다. 산이 오빠 덕분에 우연히 맡게 된 벽화 작업은 처음 해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도안과 밑그림을 그리고, 페인트로 색을 만들어서 칠하는 과정까지 어느 과정 하나 쉬운 게 없었다. 그래도 준공식 때 완성된 벽화를 마주했을 때 느꼈던 뿌듯함이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Calabnugan을 떠날 때 한껏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한 채 차에 올랐던 내 모습이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벽화뿐 만 아니라 그 곳에 있던 아이들과의 헤어짐도 너무 아쉬웠다. 우리 이름을 하나씩 다 기억해주고, 예쁘고 잘생겼다고 말해주는 아이들이 계속해서 생각날 듯하다.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지는 못했지만 낯선 우리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짧게나마 영어로 대화하고 싶어 하는 아이들의 모습들이 필리핀의 따스한 정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노력봉사와 교육봉사를 하면서 있었던 3번의 작은 공연과 로빈슨 백화점에서의 공연은 나에게 새로운 경험과 추억이 되었다. 학과에서 소소하게 춤을 연습해서 공연했던 경험은 있지만 이렇게 큰 무대에서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하고 이렇게 열심히 춘 적이 없었다.

그리고 필리핀에 와서 봉사 때문에 지쳤음에도 불구하고 매일 밤마다 춤 연습을 하면서 즐거웠던 기억들이 마지막 공연을 하면서 아른아른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출국 전에 동참 8기였던 선배 언니가 아무리 열심히 연습했어도 아쉬움이 남을 거라고 했던 말이 딱 들어맞았던 은퇴 공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학교에서 했던 마지막으로 했던 공연은 마지막이었지만 모두가 즐기면서 했던 공연이어서 행복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땀을 너무 많이 흘려서 힘들었지만 학생들과 사진을 찍는 순간순간이 행복했다. 그래서 준비과정이 길고 힘들었지만 필리핀에서 있었던 4번의 공연들이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막연하게 내 버킷리스트에 있는 활동들 중 하나여서 신청했던 동참 9기는 학교를 다니면서 타 과 사람들과 오랜 시간동안 팀플도 아닌 춤과 노래, 노력·교육봉사를 함께 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를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봉사기간만이 아니라 앞으로 남은 대학 생활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를 선물해 준 것 같다. 한국은 물론 필리핀에서도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런 일들 덕분에 동참 9기가 좀 더 특별해질 수 있지 않았나 싶다.

8월 8일 인천공항을 도착해서 한국에 왔음을 실감했고, 개인 수기를 쓰면서 5월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과 느낀 감정들을 돌이켰을 때 2주간의 짧은 시간들이 꿈만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대학 생활을 하면서 쉽게 경험해볼 수 없는 모든 것들을 어찌 보면 생판 남이었을 사람들과 함께 필리핀에서 경험했다는 것 자체가 진심으로 소중한 추억으로 기억될 것 같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서 해외봉사 준비기간처럼 많이 볼 수는 없겠지만 과장님이 계속 말씀하셨던 것처럼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만날 수 있는 동참 9기가 되었으면 좋겠다.